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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복잡한 세상의 디자인

책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Living with complexity)』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Posted by 재그지그 on August 20, 2019

Design Book


저희 회사에는 감사하게도 사내 도서관 제도가 있어서, 누구든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원하는대로 빌려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사내 도서관을 지나치다가 제목이 익숙한 책을 보게 되었는데…

어디서 본 책 어디서 본 책인데?

작년에 페이스북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광고를 봤는데, 보자마자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는 느낌이 들었던 그 책이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번 주말은 이 책을 읽어보고 후기를 남겨보는데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포스트를 통해, UX에 관심이 있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 소개

어디서 본 책 두 개의 통에는 각각 소금과 후추가 들어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통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짐작할 수 있나요?

이 책의 원문 제목은 사실 Living with Complexity로, 직역하자면 복잡함과 함께 살아가기에 가깝습니다. 원래 제목이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을까요?

사회의 발전에 따라 시스템이 복잡해지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복잡한 것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심플함은 디자인의 덕목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자 도널드 노먼 역시 한 때는 복잡함에 대해 혹평을 쏟아 붓던 사람이었습니다. 각 분야의 경쟁사들이 이전 제품에 기능을 몇 개 덧붙였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된 것처럼 광고를 해댔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제품은 점점 복잡해지고, 사람들은 왜 자꾸 제품이 점점 복잡해지는거야? 라고 불평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심플한 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복잡한 제품들이 더 잘 팔린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랍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얘기하죠.

사용자들은 단순함을 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많은 멋진 기능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복잡함에 관한 모순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리고 이를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소개합니다.

복잡함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지하철 노선도 복잡함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위의 지하철 노선도를 한 번 봅시다. 왼쪽의 노선도가 훨씬 복잡합니다. 하지만 왼쪽의 노선도가 복잡하다고 해서, 오른쪽 노선도보다 나쁘다고 얘기할 수도 있나요?

복잡함(complexity)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나쁜 것은 혼란스러움(complicatd)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복잡함이 아닌 혼란스러움에 불만을 가져야 한다.

줄일 수 있는 복잡함에는 한계가 있고, 복잡함을 단순함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이를 복잡함 보존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단순함을 외치면서도 복잡한 것들의 혜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하거든요. 비록 오른쪽 노선도가 단순하긴 하지만, 사람들은 복잡한 왼쪽의 노선도를 통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납득 가능한 이유가 있고, 그 과정이 혼란스럽지만 않다면 기꺼이 복잡함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함은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네이버 원하는 기능에 들어가려면 원래 디자인보다 몇 단계를 더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저는 아직 옛 디자인의 메인화면을 더 좋아합니다. 더 네이버스럽기도 하고요.

심플한 디자인이 심플한 사용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처음 사용할 때 복잡해보였던 요소들이 결국은 제품을 더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향상된 성능과 쉬운 사용을 갈구한다고 해서 더 많은 기능이나 단순한 디자인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용이 쉬운 기기, 즉 이해하기 쉬운 제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자는 바로 올바르고 체계적인 개념적 모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개념적 모델은 버튼이나 기능의 개수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개념적 모델은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 제품에 대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의 여부에 달린 것입니다. 즉, 전체 시스템을 아우르는 디자인과 정교한 기획을 통해, 사용자는 비록 처음 접하더라도 개념적 모델을 비교적 잘 익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하라

로튼토마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려 합니다. 이런 기표는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사람들이 로튼 토마토에서 영화 리뷰를 보고 영화를 볼지 말지 결정하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저자는 복잡한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정보을 사회적 기표라고 부르고 이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디자이너와 기획자들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표를 배치해야 한다. … 우리는 복잡한 것을 이해하기 쉽게 해줄 기표를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추천 시스템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본 뒤 제품에 대해 다른 사람이 남긴 사용 후기를 읽고, 구매하는 행위는 복잡함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배우기 때문입니다.

부트스트랩

다른 예시로는 부트스트랩 UI의 버튼이 있습니다. 빨간색과 초록색, 노란색이 사회적으로 사용되는 기표를 잘 활용한 예시입니다. 사용자들은 빨간색 버튼을 보고, 해당 버튼이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사람을 도와야 한다

ui 시각적으로 사용자를 도와주는 UI 요소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어느 단계까지 도달했는지를 알게 되고, 이는 사용자의 개념적 모델 확립으로 이어집니다.

저자는 사용자보다 엔지니어의 관점이 디자인의 중심이 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사람들이 행동하길 원하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는 대로 디자인해야 한다 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사회화하는 것 이라고 주장하죠.

기계와 서비스 디자인은 모두 사회적인 활동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단순히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사회성의 본질에도 많은 관심을 쏟는 사회적인 활동이어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디자인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자신이 한 어플리케이션의 컨설턴트로 일할 때의 사례를 듭니다. 앱의 사용자들로 하여금 자신감과 확신을 주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습니다.

  •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원하는 순서대로 입력할 수 있어야 함
  • 준비되지 않은 단계를 건너뛸 수 있어야 함
  • 수행한 작업이나 예상 결과를 모두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함
  • 문제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있어야 함

쉽고 편안한 접근 방식을 도입한 덕분에 높은 평가를 받았고, 결과물을 확인한 클라이언트는 감성적인 디자인이라고도 평가했습니다. 결국 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사람을 배려하고,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모든 경험을 디자인하라

ui 환상의 UX를 자랑하는 정부기관 서비스

디자인의 영역은 이제 제품의 이해라는 영역을 넘어서서 기기와 인간 사이의 철학까지 다루게 되었습니다. 이를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이라고 하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터렉션 디자인이 고려된 분야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덕분에 아직까지도 많은 사용자들이 종종 불쾌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제품의 성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복잡한 서비스는 모든 것을 짜증나는 경험으로 만들어버리죠.

저자는 서비스의 복잡함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전체의 경험을 하나로 디자인하는 것 이라 소개합니다.

서비스는 제품과 달리 눈에 띄는 화려함이 없다. 서비스 디자인은 절차다. …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험이 끊기지 않도록 모든 부분을 통합하는 것에 있었다.

저자는 애플의 아이팟을 그 예시로 설명합니다. 당시에도 이미 수많은 회사들이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를 판매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아이팟은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팟이 뛰어난 디자인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애플의 성공 요인은 역설적이게도 제품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 디자인 덕분이라고 이야기하죠.

  • 합리적인 가격에 합법적으로 저직권을 협상함
  • 두 번째로 음악을 둘러보고, 검색하고, 들어보는 과정들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만듦
  • 다른 경쟁 제품과 비교해 음악 구매 과정과 함께 관리 시스템을 매우 간단하게 만듦
  • 디자인 역시 훌륭했음
  • 생태계를 구축해 부가적인 상품을 개발하도록 장려함
  • 제품 상자의 디자인까지 사용자의 경험에 포함시켜 과감하게 투자함

애플 외에도, 디즈니랜드, 넥플릭스, 아마존 등은 고객의 요청에서부터 목표 달성까지의 모든 과정을 고려해 디자인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중심에는 인간 중심적인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대기시간을 즐겁게 만들어라

lol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몰릴 수 있는 인터넷 게임에서는 대기열이 필수적입니다. 다양한 게임 회사들은 대기 시간을 보다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많은 장치들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대기 시간 중에도 연습 게임을 즐길 수 있다니!

대기열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점이 혼잡해 고객이 잘 통과되지 않고 기다리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대기열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지만, 기다림을 피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러운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다음은 저자가 제시한 대기열을 디자인하는 6가지 원칙입니다.

  • 대기자들의 이해를 돕는 개념적 모델을 제공하라
  • 기다림을 이유 있게 만들어라
  • 예상 대기시간을 실제보다 길게 책정해라
  •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하게 하라
  • 공정하게 하라
  • 마지막을 긍정적으로 장식하라

저자는 왜 이렇게 대기열에 대한 대처를 강조하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실제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보다 나중에 그 상황을 떠올리는 순간에 긍정적인 인상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 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쉽게 왜곡되기 때문에, 재미있기만 했다면 결과는 긍정적입니다.

왜 단순한 것들이 복잡해지는가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봅시다. 단순함에서 시작된 것들이 왜 이렇게 복잡해지는 걸까요?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기술의 혜택을 놓치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곧바로 그 기능을 터득해버립니다. 그리고는 더 높은 사양을 요구하죠. 이는 새로운 기술이 논리적이고 필요하다면, 사람들은 복잡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지 불필요한 혼란스러움을 피하고 싶은 것죠.

그래서 우리는 디자이너가 필요합니다. 기능적이면서 미적인 면을 고려하고, 경제적, 문화적, 동기부여 측면을 고려하고 나아가 최종 결과가 정확하게 의도한 대로 전달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입니다. 물론 결과물을 이용하는 사용자 역시 기꺼이 시간을 들여서 원칙과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겠죠. 저자는 둘 사이의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 짓습니다.

느낀 점

lol

이 책은 복잡함을 어떻게 다루는 방법과 관련된 사용자 경험들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의외로 IT와 관련된 예시보다는 실생활 속에서 그 원칙을 주로 찾고 있기 때문에, 책에서 언급한 원칙들에 부합하는 IT와 관련된 예시들을 직접 찾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사실 예시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간단함을 이야기하면서 결국에는 복잡함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의 모순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심플한 디자인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죠. 어느 정도의 복잡함은 매력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얼마나 직관적인 개념적 모델을 가지느냐에 따라 매력의 정도가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애플이 일찍이부터 사용자 경험을 중요시한 부분 역시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사실 성능 대비 비싼 가격 때문에 애플 제품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모든 과정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나니 감성을 비즈니스적으로 잘 활용한 것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다만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전체적인 흐름이 물 흐르듯이 다른 얘기로 흘러가는 부분이 많아서 집중적이지 못한(?) 느낌이 들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책의 전체적 분위기는 개론(槪論)같은 느낌이라,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같은 입문자 분들께는 추천해드릴 만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