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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 읽는데 7분 소요

개발자로서 첫 강연을 했어요

경희대학교 테크콘서트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준비한 과정을 공유합니다.

#Retrospect


지난주 토요일은 FEConf 2022 진행일이었는데, 저도 마침 같은 날에 발표를 하게 됐습니다. 물론 FEConf에서 발표를 한 건 아니고, 저는 학교 후배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고 귀여운 발표를 하게 됐습니다. 😅

행사 이름은 경희대학교 테크콘서트입니다.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한 달에 한 번 졸업생들이 재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발표합니다. 지금까지 총 11분이 강연을 해주셨고 제가 12번째로 발표를 하게 됐습니다.

안 그래도 발표 경험이 없어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이렇게 좀 부담 없이(?)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수락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개발자가 된 후에 처음으로 발표를 하게 된 것이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준비 과정이 생각만큼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발표 후기를 다루는 포스트인 만큼 그냥 간단하게 준비 과정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도움이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발표 준비할 때 팁 같은 것도 간단하게 다뤄보겠습니다.

전체 발표 자료

발표 제안

발표 제안을 8월 말에 받았으니,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반 전 이야기였네요. 저는 15년도에 입학했고 올해 여름에 졸업을 한 화석인데요, 졸업을 비교적 늦게 한 덕분에 후배님들과도 안면이 좀 있어서(?) 발표를 하게 됐습니다.

발표는 줌(Zoom)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1시간 내에 마무리를 해야 했습니다.

캘린더 언제 하지?

한 달에 한 명씩 새로운 강연자가 발표를 하는데 제가 10월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그중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날짜로는 10월 8일과 10월 15일이 있었습니다. 요일은 토요일로 고정이었는데 아무래도 발표자가 주로 현직자다 보니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사실 10월 말이 기말고사 기간이다 보니 저는 여기에 영향을 덜 받고자 저는 10월 8일로 선택했습니다. 그땐 몰랐죠, 그날 또 큰 행사들두 개가 있다는 걸…

발표 주제 선정

뭐하지 일단 한다고는 했는데 뭐 하지

그렇게 10월 8일 토요일 오후 8시라는 정확한 날짜와 시간이 결정됐습니다. 일단 발표는 하기로 했고, 발표 주제를 골라야 했는데… 뭘 하면 좋을지가 계속 고민이더라구요.

취업이나 공부에 대한 내용은 당연히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만, 이미 앞에서 여러 발표자분들이 너무 앞에서 이야기 많이 한 것 같았고, 그렇다고 해서 나만 가진 특별한 경험은 공감이 안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최대한 많이 공감하고 관심 갈만한 주제를 생각해보다가, 제가 4학년 1학기 때 미리 취업을 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사실 올해 상반기를 엄청 여유롭게 보낸 편인데요.

요즘 경기(景氣)도 별로 안 좋고 개발자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취업이 쉽지 않은데, 제가 졸업 전 미리 공채를 뚫어둔 경험이 대학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제목을 내가 졸업 전 네이버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지었습니다.

물론 3년 간 IT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면서 하드 스킬을 쌓은 것도 도움이 되긴 했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멘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그 경험을 공유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네이버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오긴 한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어그로(…) 정도로 이해해주세요.

발표 자료 준비

커리큘럼

어쨌든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었기 때문에, 제목에 대한 답을 먼저 알려주고 그 근거를 나열하는 방법으로 발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좀 더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5 Whys 기법을 이용했습니다.

커리큘럼

여기에 대한 근거를 크게 4개로 나누었고, 각 근거를 달성하기 위한 나의 노력과 그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제 경험을 바탕으로 참여자 분들이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액션 아이템을 정리했습니다.

  • Motivation: 내가 동기 부여를 받게 된 계기를 소개
  • Professional: 프로페셔널을 추구하는 방법을 소개
  • Communicative: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
  • Inspirational: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한 동기 부여를 받는 방법을 소개
  • Action Items: 대학생 수준에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를 요약해서 소개

커리큘럼

대학 생활 전체에 대한 큰 그림도 알려주고 싶어서 이렇게 도식화했습니다.

커리큘럼

이렇게 내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생 수준에서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각 근거마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내용들을 강조했고, 그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하는 섹션도 마지막에 넣었습니다.

즉, 다른 내용은 다 까먹어도 상관없는데 이 슬라이드의 내용 하나만큼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라는 용도입니다.

발표 환경 구성

발표 환경 내 기준 개인적으로 추천(?)

이렇게 완성된 PPT를 이용해 리허설을 하기 전에 발표 환경 세팅도 진행해보았습니다. 듀얼 모니터를 쓰면 발표자 모드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는데, 이 덕분에 공유용 화면과 발표용 화면을 따로 구분하면서 카메라를 응시할 수 있다 보니 꽤 괜찮았습니다.

아래는 몇 가지 제가 개인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팁들입니다. 글또 관리자 성윤 님께서 예전에 작성하셨던 발표 컨설팅이라는 글도 추천드립니다.

  • 발표 자료를 다 만든 후 미리 리허설 하면서 발표 시간 배분이 잘 되는지, 말을 더듬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스크립트 준비는 클로바 노트 를 추천합니다.
  • PPT로 발표할 때 듀얼 모니터 쓰면 스크립트와 카메라를 동시에 보면서 발표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조명, 화면, 마이크 등의 기술적인 문제는 미리 테스트해보는 게 좋습니다. 특히 맥북은 권한 문제 때문에 화면 공유하려면 줌을 껐다 켜야 할 수도 있어서…
  • 마실 물을 준비해두세요. 40분쯤 발표하니까 목소리가 점점 맛이 가더라구요.
  • 노트북 거치대를 써서 카메라 높이는 최대한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게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발표 리허설과 피드백

클로바노트 클로바 노트를 이번에 처음 써봤는데 캬…

본격적으로 리허설을 할 때는 먼저 스크립트 없이 프리스타일로 진행해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음성을 텍스트로 저장해주는 STT(Speech to Text) 앱인 클로바 노트를 처음 써봤습니다. 그렇게 클로바 노트로 녹음을 해봤는데 제 발표에서 몇 가지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일단 시간이 좀 많이 오버가 됐습니다. 참여자의 집중력을 생각해서 발표 시간은 45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발표 자료를 읽는데만 꼬박 1시간이 걸렸습니다. 발표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를 많이 들어서 그런 듯하여, 장황하게 설명한 부분을 과감하게 줄였습니다.

시간이 길다 보니 발표 중간부터 목 상태가 점점 맛이 가는 현상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발표 때는 물을 따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크립트 없이 발표를 하다 보니 중간에 말을 꽤 더듬었습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이제’, ‘근데’ 같은 단어를 무의식 중에 반복적으로 쓰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뭔가 한 번 알아채고 나니 신경이 쓰여서(?) 스크립트를 따로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자료 준비를 다 한 후, 감사하게도 성윤 님이 직접 피드백도 해주셔서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그리고 발표 당일 낮에 개인적으로 리허설을 한 번 더 하려고 했습니다.

발표 당일

원래 발표 당일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는데, 발표 며칠 전 지인을 통해 FEConf 2022 티켓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개발 컨퍼런스 자체도 못 가본 지가 꽤 됐는데, 마침 주제가 프론트엔드다? “이건 못 참지”.

다행히 FEConf의 마지막 발표가 끝나는 시간이 오후 5시였고, 제 발표 시간은 오후 8시였기에 시간 상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당일 낮에 행사에 참석해서 재미있게 구경을 했습니다.

그런데 FEConf 행사가 방송 문제로 좀 늦게 끝나고, 불꽃축제 때문에 교통 체증이 있더라구요. 행사 끝난 후 집에 바로 안 가면 발표 준비를 여유롭게 못할 것 같다는 조바심이 들어서 행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래서 깜빡하고 거기서 받은 기념품을 놔두고 왔다는 건 안 비밀… 😢

환경 세팅 발표 5분 전 카메라와 조명, 화면 세팅. 그리고 생명수 한 컵

집에 도착하고 발표 환경 세팅 하다 보니 8시가 거의 다 돼서 당일에는 리허설을 못 하고 그냥 바로 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전까지 별로 떨리지는 않았는데 5분 전이 되고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오는 걸 보니 급 긴장(…)이 되긴 했습니다.

발표 끝 발표 마무리된 후

다행히 이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둔 덕분에 실수 없이 발표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시간은 처음 목표로 삼았던 45분 발표에서 5분 초과된 50분이 걸리긴 했는데 이 정도는 예상했던 범위 내라서 괜찮았습니다. 이후 Q&A 시간 10분을 포함하니 딱 1시간이 되었고, 질문도 세 개 정도 받았습니다.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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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연을 듣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졸업 후에 바로 강연자로 발표할 수 있어서 나름 뜻깊었습니다. SlideShare 에도 처음으로 발표 자료를 올려보는 경험도 했네요. 나중에 발표 경험이 쌓인다면 여기에도 자료가 차곡차곡 담기겠죠? 😎

한편으로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발표 준비를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생각보다 할 게 많더라구요. 주제 정하고, PPT 만들고, 리허설해서 시간 체크하고, 스크립트도 만들고, 발표 전 피드백 구하기까지… 그래서 발표를 앞둔 평일에는 새벽까지 준비를 해서 사실 좀 피곤했습니다. 그래도 잘 마무리하고 나니 후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말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기술 주제로도 한 번 발표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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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재그지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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