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글또 대나무숲에서 자기소개에 대한 고민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일 면접인데 혹시 자기소개는 보통 어떤 식으로 하나요? 무슨 말로 자기소개를 해야 할지, 어느 정도 문장으로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네요.”
이 글을 보고 나서 제가 예전에 면접 볼 때 자기소개를 어떻게 했었는지를 다시 한번 떠올려봤습니다. 사실 마지막으로 면접을 본 게 거의 3년 전이다 보니, 만약 지금 당장 면접을 본다면 저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일반적으로 면접의 시작은 1분 자기소개와 함께 하니까요.
1분이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짧게, 또 누군가에게는 길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이 시간에 나의 장점을 면접관에게 잘 어필하기 위해서는 글의 구조를 다듬고 표현을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해야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답변을 달아보았는데 오늘은 그 답변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을 통해 개발자 면접에서 자기소개 멘트를 준비하시는 분 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TL;DR
- 전체 분량은 5~6문장 정도로 하고, 파트를 나누어 준비
- 첫 번째 파트는 객관적 정보를 소개
- 두 번째 파트는 기술적 강점과 직무 전문성을 소개
- 세 번째 파트는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을 소개
- 네 번째 파트는 성장과 발전에 대한 욕심을 소개
- 마지막 파트는 위 내용을 종합하여 요약하고, 이를 통해 지원한 회사에 기여 가능한 바를 강조하며 마무리
- 스크립트가 완성되었다면 혼자 녹음하고 들어보며 연습
나의 1분 자기소개
대나무숲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 저는 위 사진처럼 답변을 달았고, 이를 조금 더 다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5년차 프론트엔드 개발자 정종윤입니다.
- 저는 시드 단계의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회사에서 넓은 분야의 도메인을 경험하며 프론트엔드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 이 과정에서 여러 직군의 동료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며 제품의 기획부터 개발, 배포 · 운영까지 소프트웨어 개발 전반을 아우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 또한 6년째 기술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고, 개발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술적 성장을 위한 꾸준한 동기 부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저는 개발자로서의 전문성 ·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 성장에 대한 끊임없는 동기부여라는 세 가지 가치를 추구하며,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의 성공에 능동적으로 기여하는 개발자가 되고자 합니다.
위와 같이 문장을 배치한 것에는 사실 꽤나 많은 고민이 담겨있는데요, 지금부터는 그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분량
가능하면 1분이라는 국룰의 시간을 지키도록 하자
우선 분량에 대해 말해봅시다. 자기소개의 분량은 여유로운 상태에서 소리 내어 읽었을 때 1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정도 가 가장 좋습니다. 보편적으로 1분 정도의 시간이 가장 자기소개를 하기에 적합한 시간이고, 아예 면접관이 1분 자기소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뭔가 사회적 약속(?)이 된 느낌이죠.
일반적으로 5~6 문장의 분량을 준비한다면 1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저는 다섯 문장을 준비했고, 이 안에서도 각 문장 별 역할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객관적 정보
저는 첫 번째 문장에서 오직 객관적 정보만을 소개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고 나를 잘 표현하는 수식어구를 앞에 붙여서 소개를 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글 쓰는 개발자 라든가, UI/UX에 관심이 많은 개발자 처럼요.
하지만 이처럼 수식어구를 붙여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양하게 됐습니다. 물론 색다른 키워드를 통해 면접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순 있겠지만, 아래와 같은 리스크도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수식어구를 붙인 이유를 해설하려고 설명을 덧붙여야 함
- 한 단어로 표현되는 수식어구가 실제로 본인의 다른 뛰어난 역량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음
- 자기소개 이후에 진행되는 면접에서 기존에 말한 내용과 다른 사실이 발견된다면, 면접관에게 미숙한 인상을 줄 수 있음
신입이나 경력이 짧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수식어구를 붙이는 것이 열정 넘치고 패기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추후에 이어지는 기술 면접에서 이에 대한 근거나 설명이 부족한 경우라면… 자칫 자기소개만 거창하고 실속은 없는 가벼운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완전 쌩 신입이 아닌 이상, 깔끔하고 담백하게 객관적인 정보만 소개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상대방에게 좀 더 점잖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있구요.
만약 이 부분에서 본인의 열정을 더 어필하고 싶다면, 본인이 개발자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나 지원 동기를 추가로 소개하는 것 정도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기술적 강점과 직무 전문성
저는 두 번째 문장에서 기술적 강점과 직무 전문성을 어필합니다.
아무래도 개발자 직무의 면접이다 보니, 이 사람이 기술적으로 어떤 강점을 지녔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장 자신 있게 사용하는 기술 스택, 재직한 회사, 참여한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가진 기술적 강점과 직무 전문성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았는데요.
- 직무의 일관성: 프론트엔드 개발이라는 하나의 직무로만 만 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 다양한 규모의 회사 경험: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여러 회사를 경험하면서 인원 규모 별로 달라지는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경험이 있다는 점
-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 이 과정에서 다양한 도메인의 프로젝트(VR, 커머스, 반려동물, UGC 등)에 참여하면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
-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 제품 개발과 트러블 슈팅 과정을 통해 언어와 라이브러리/프레임워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
이러한 강점 중에서도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 것이 지금의 두 번째 문장이 되었습니다.
만약 본인이 강조하고 싶은 것이 기술적/비즈니스적으로 성과를 낸 사례라면, 이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예를 들자면, A 프로젝트에서 B 기능을 개발하여 C%의 성능 향상을 이끌어냈다 와 같이요.
다만 프론트엔드 개발에서는 숫자를 통해 성과를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꽤 있는데, 저는 이런 경우에는 억지로 숫자를 써서 표현하려고 하진 않습니다. 숫자는 면접관의 이목을 가장 잘 끌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그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니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테스트 코드가 딱 하나 작성된 프로젝트에서 테스트 케이스를 하나 더 추가했다고 테스트 케이스 개수를 기존의 2배로 늘렸다 고 소개할 수 없듯이요.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
세 번째 문장에서 저는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을 어필합니다.
개발자를 평가하는 가장 큰 요소가 기술적 지식인 것도 맞긴 하지만, 회사는 혼자 일을 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술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해보는 게 좋은데요.
- 본인이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목적과 가치는 무엇인지
- 이를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조직/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 이를 통해 어떤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각각의 항목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긴 하지만, 이를 자기소개에 모두 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가진 강점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서비스 기획부터 출시까지에 이르는 사이클을 경험해 봤다는 것 으로 표현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시작해 소프트웨어를 출시하기까지의 경험이 있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협업하면서 성과를 내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이 단순히 학교 과제 수준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실제로 상용 서비스를 출시한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통해 더 자세한 설명을 준비해두어야 합니다.
성장과 발전에 대한 욕심
네 번째 문장에서는 성장과 발전에 대한 욕심을 어필합니다.
지금까지는 회사 구성원으로서 내가 얼마나 잘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을 어필했다면, 지금은 개발자 개인으로서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 얼마만큼 관심이 있는지를 소개하는 부분입니다.
개발자는 흐름에 뒤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자신의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하는 직군입니다. 따라서 개발자는 업무 외적으로도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이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익숙한 것만 반복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컴포트존에 빠진 사람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블로그나 외부 발표, 개인 프로젝트 등 업무 외적인 활동을 통해 성장과 발전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소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는 짧거나 일회적인 경험보다는 꾸준하게 지속되는 활동을 소개하는 것이 면접관에게 더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기술 블로그를 6년째 운영 중이고, 글또와 같은 개발자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다는 활동을 소개하면서 나를 개발적 환경에 노출시키는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요약과 기여 가능성
마지막 문장은 위 내용을 종합하여 요약하고 이를 통해 지원한 회사에 기여 가능한 바를 강조합니다.
면접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이유도 결국은 내가 이 회사에 왜 뽑혀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거창하게 설명한 내용은 최종적으로 내가 가진 이러한 능력이 지원한 회사에 이러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므로 나를 채용해 주세요 라는 결론으로 이어져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앞서 설명한 각 문장을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해서 정리하고, 이를 통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덧붙인다면 깔끔한 자기소개 마무리가 됩니다.
혼자 녹음하고 들어보기
마이크 테스트 핫둘셋
이렇게 해서 스크립트를 작성했다면, 이를 직접 말로 뱉으면서 녹음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멘트를 달달 외우면 좋겠지만 면접 때는 긴장해서 이를 잊어버릴 수도 있고 연습할 때보다 더 빠르거나 느리게 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방금 소리를 내어 읽어 보니 50초에서 1분 정도 사이의 시간이 딱 나오긴 하네요. 이렇게 녹음한 것을 들어보면서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며 어떻게 멘트를 더 좋은 표현으로 고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죠?
마무리
지금까지 자기소개였습니다~
저도 이렇게 거창하게 글을 썼지만, 자기소개라는 것은 정답이 없고 지원하는 직무의 특징이나 개인 개성에 따라 다르게 소개할 수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개발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나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이러한 템플릿을 생각해 보았고 이를 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유튜브에 1분 자기소개 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정말 많은 영상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개발자 직군에 특화된 자기소개 예시는 그렇게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 글이 자기소개에 어려움을 겪는 개발자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혹시라도 자기소개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분이 주변에 있다면 이 글을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