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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하는 글쓰기 토너먼트 대회, 글드컵 진행 후기

아이디어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글쓰기 토너먼트 대회의 기획과 진행을 AI와 함께 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AI
#Retrospect


지난달, 글 쓰는 개발자 커뮤니티 글또 10기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하며 색다르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개최했습니다. 바로 글쓰기 토너먼트 대회, 글드컵 입니다.

글드컵은 ‘글또 제출글 월드컵’ 의 줄임말로, 글또 10기 활동 기간 동안 참여자들이 작성한 글 중 최고의 글을 가려내는 토너먼트 대결 이벤트입니다.

콘셉트 ‘포켓몬스터의 대전 마냥, 글쓰기로 배틀을 해본다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된 행사

‘글쓰기로 모인 사람들인 만큼 글쓰기로 배틀을 한다면 어떨까?’ 라는 참신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행사는 총 한 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약 70여 명의 참여자와 함께 기술 및 비기술 분야별 우승자를 가려냈습니다. 특히, 글쓰기 배틀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에 AI가 심판으로 참여했다는 점 덕분에 많은 분들이 흥미를 느끼고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셨습니다.

글쓰기 토너먼트 대회라는 새로운 형식의 행사를 통해 글또 참여자분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고, 제가 애정하는 커뮤니티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행사가 되었다는 점에서 글드컵은 저에게도 특별한 행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글또 10기의 마무리를 넘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획하고 운영한 이벤트라는 점에서 저에게 더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포스터 제작부터 홍보 문구 작성, 대진표 구성, 그리고 행사의 핵심인 평가 프롬프트 작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서 AI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죠. AI와 함께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우리 일상과 업무에 AI를 어떻게 실용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글드컵이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과 함께, 이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했는지 그 노하우를 자세히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번 글이 AI를 활용한 행사 기획과 운영에 대한 통찰을 얻고 싶은 분 또는 행사 기획 및 운영에 AI를 접목하는 방법을 궁금해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드컵이란

아무래도 진행한 대회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아서, 글드컵이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글드컵글또 10기 활동 기간 중 제출된 글을 대상으로 최고의 글을 가려내는 토너먼트 대결 이벤트입니다. 참여자들은 본인이 쓴 글 중 하나를 선택해 토너먼트에 참가하고, 대진표에 따라 AI가 심판 역할을 맡아 글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글 평가는 기존 큐레이션 크루가 활용했던 다음 네 가지 지표를 AI에게 전달해서 진행했습니다.

  • 글의 구조적 완성도: 논리적인 흐름과 짜임새 있는 구성을 평가
  • 내용의 독창성과 전문성: 주제의 참신함과 내용의 깊이를 평가
  • 가독성과 표현력: 문장의 명확성, 이해하기 쉬운 표현력을 평가
  • 독자 친화성: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정도를 평가

이 기준에 따라 AI는 각 글을 객관적이고 일관적으로 평가했으며,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최종 우승작을 가려냈습니다.

  • 기술 토너먼트: 특정 기술, 개발 방법론, 아키텍처 등 기술적인 내용을 깊이 다루는 글
  • 비기술 토너먼트: 글쓰기 경험, 회고, 커리어, 학습 방법, 커뮤니티 활동 등 비기술적인 경험이나 생각을 공유하는 글

글드컵 토너먼트는 제출 글의 성격을 고려해 크게 두 개의 대회로 나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본인이 쓴 글 중 하나를 골라 기술 토너먼트비기술 토너먼트 중 한 분야에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무래도 특정 기술의 동작 원리를 깊게 다룬 글과 개인적인 회고 글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탄생 배경

새벽 새벽에 떠오른 뻘생각… 역시 새벽 감성이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글드컵은 3월 2일 새벽에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날은 『안드로이드 크롬에서 CSS vh 단위가 이상하게 동작했던 이유』 포스트를 제출하기 위해 밤을 새고 있던 날이었죠.

아침이 되고 나서야 글을 완성하고 잠자리에 들려는데, 불현듯 ‘포켓몬스터 대전처럼 글또에서 대결의 요소가 있는 행사를 해 볼만한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수집한 포켓몬을 필드에 내보내서 상대방의 포켓몬과 대결하는 것이 포켓몬 배틀의 흥미로운 요소인데, 이를 ‘글또 10기 내에서 작성한 글을 각자 하나씩 골라 상대방과 대결을 붙여보는 것도 재밌겠다’ 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글쓰기 대결 ChatGPT에게 처음 시켜봤던 글쓰기 대결의 결과

과연 이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실현 가능할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ChatGPT에게 두 개의 글 링크를 던져주고 더 잘 쓴 글을 골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AI가 웹 크롤링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야 이 아이디어가 현실이 될 수 있었거든요.

다행히(?) ChatGPT는 서로 다른 두 글을 비교해서 더 나은 글을 선정해 낼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평가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다듬으면 글쓰기 배틀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운영진 채널에 공유했을 때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다만, 이 단순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행사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획과 준비가 필요할지는 미지수였기에, 본격적인 행사 준비는 글또 10기 활동 기간이 끝난 후 다시 논의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글또 마지막 제출을 앞둔 날, 함께 이 아이디어를 진행해보고 싶은 분이 계신지 운영진 채널에 다시 물었습니다. 다행히 같은 큐레이션 운영진이었던 희선님께서 흔쾌히 함께해 주시기로 했고, 그렇게 한 달간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준비하기

슥삭 자… 그럼 뭐부터 해볼까요?

본격적으로 행사를 준비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어떤 AI 모델을 사용할지, 어떻게 참여자를 모집할지, 대진표는 어떻게 만들지 등등… 이 과정에서의 고민 과정을 공유합니다.

AI 모델 선정

글드컵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건 어떤 AI 모델을 사용할지였습니다. 단순히 두 글의 링크를 던져주고 승자만 알려주는 방식은 가장 간단했지만, 저희는 단순히 승패만을 알고 싶었던 게 아니었거든요.

AI 모델 AI가 판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싶다

토너먼트 참가자들은 AI에게 평가받는 자신의 글이 상대방의 글과 비교했을 때 어떤 면에서 뛰어나고, 어떤 면에서 부족한지, 본인 글의 점수는 어떻게 매겨진 것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더욱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려면 평가 과정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곧 AI가 단계 별로 생각하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모델, 추론 모델(reasoning model) 이 필수적이라고 결론 내렸죠.

클로드 포켓몬 Claude가 포켓몬스터 게임을 플레이 중. 추론 모델 특성 상 판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이러한 추론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접한 건 트위치에서 Claude가 포켓몬스터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송을 보면서였습니다. AI가 특정 논리적 과정을 거쳐 판단을 내리는 모습을 굉장히 흥미롭게 봤는데요, 이 기억이 떠올라서 우리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영감을 얻었죠.

그래서 추론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AI 모델들을 찾아보다가 Gemini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Gemini의 제공 모델들을 살펴보니, Gemini 2.5 Flash와 Gemini 2.5 Pro에서 추론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마침 최근에 Gemini Advanced 무료 쿠폰을 받은 터라 이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데이션

AI 모델 선정까지 마친 후, 저는 희선님과 오프라인으로 만나 글드컵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행사로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정해진 것이라곤 ‘AI를 활용해 글또 10기 제출글로 토너먼트 대결을 진행한다’ 는 큰틀 뿐이었죠.

아이데이션 아이디어 회의 후 기록 정리

행사의 진행자가 단 두 명뿐이었기에, 최대한 리소스를 절약하자는 데 공통적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러한 기조 아래, 저희는 다음과 같은 핵심 항목들을 논의했습니다.

가장 먼저 논의한 부분은 기술과 비기술 토너먼트의 구분 필요성이었습니다. 글또는 글 쓰는 개발자 커뮤니티인 만큼 기술 관련 글이 많지만, 회고록이나 일상 글도 상당수 존재했죠. 이 두 유형의 글을 동일한 평가 기준에 따라 평가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결과에 대한 참가자들의 납득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기술과 비기술 토너먼트를 별도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은 참여자 모집 방식이었습니다. 구글 폼을 활용해 참가자를 모집하되, 5월 초 연휴 전까지 마감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리고 진행자의 리소스를 고려하여 각 토너먼트별 최대 64명으로 인원을 제한했습니다.

대결 진행 방식은 토너먼트 특성상 많은 수의 대결(N1N - 1)이 발생하기에, 모든 대결을 실시간으로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결은 미리 진행하고, 결과를 날짜별로 나누어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참가자들의 흥미를 더 끌기 위해 8강부터는 라이브 진행도 고려했죠.

결과 공유 방식의 경우, 인터랙티브한 전용 웹페이지 제작은 리소스 부담이 크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노션 페이지를 만들고, 대진 진행에 따라 결과를 수동으로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각 대진의 상세 결과는 별도의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게 했고요.

마지막으로 대진표 제작은 매일 업데이트가 필요하고 시각적으로도 잘 보여야 해서, Mermaid 로 코드를 작성하고 노션에 임베드하는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노션이 Mermaid를 지원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그리고 참여자 보상은 전체 예산을 확보한 뒤 그 안에서 분배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희선님과 함께 글드컵 진행의 큰 틀을 잡은 후, 세부적인 기획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스터 제작

포스터 깎기 포스터 깎기의 흔적. 가장 힘든 것은 이미지 생성 완료까지 기다려야 했던 것…

AI 모델 선정과 더불어, 행사의 얼굴이 될 포스터 제작에도 바로 착수했습니다. 포스터 제작에는 ChatGPT를 활용했는데요. 당시 GPT-4o의 이미지 생성 모델이 막 추가되어 지브리풍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거든요.

저는 원하는 느낌과 분위기, 조명과 배경, 그리고 유사한 포스터 레퍼런스 등을 불렛 리스트 형태로 입력하며 이미지 수정 요청을 반복했습니다.

프롬프트 포스터 제작을 위해 입력했던 프롬프트 키워드들

팁 하나를 드리자면, 이렇게 반복해서 요구사항을 수정할 때는 AI에게 현재까지의 요구사항을 다시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면 훨씬 깔끔하게 프롬프트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포스터 글드컵 포스터

이렇게 약 13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 위와 같은 최종 포스터를 완성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hatGPT 를 이용해 생성한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이미지 톤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표현되어 제가 원하는 분위기를 잘 살려냈습니다.

제미나이 좌측이 ChatGPT, 우측이 Gemini로 생성한 이미지

한편, Gemini로도 포스터 제작을 시도해 보았지만, 이미지의 느낌과 퀄리티에서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Gemini 포스터에서는 한자처럼 보이는 문자가 섞여 나오고 현실감이 부자연스러워서 흡사 중국산 짝퉁(…)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두 모델 모두 생성형 이미지에 한글 문구나 추가 이미지를 직접 삽입하는 기능은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미지 퀄리티 면에서는 ChatGPT의 결과물이 더 만족스러웠고, 해당 이미지를 포스터로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참여자 모집 및 홍보 전략

다음으로 고려한 것은 홍보 문구 작성과 참여자 모집 방법이었습니다. 글또 구성원들에게 글드컵이 어떤 이벤트인지 명확히 설명하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홍보 문구가 필요해서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대진표 슬랙에 공유한 대회 소개

그래서 총 2.5만 포인트를 걸고 펼쳐지는 글또 10기 최고의 글을 가려라! 와 같은 후킹 문구를 처음에 배치하여 눈길을 끈 후, 글드컵 소개와 대결 진행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그 후 일정과 주의 사항, 참여 시 혜택 등의 정보를 덧붙였죠. 이모지와 슬랙의 포매팅 문법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비주얼과 가독성도 높였습니다.

참여 유도 고민하여 작성한 참여 유도 멘트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 글은 아직 부족한데…’ 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한 참여 독려 메시지를 작성했습니다. 토너먼트의 특성상 대결이 필연적으로 발생하지만, 패배에 대한 부담이 참여에 대한 허들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아무래도 자신이 작성한 글이 상대적으로 ‘더 못 쓴 글’ 로 평가되는 것은 상처가 될 수도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글드컵을 글또 10기를 마무리하는 축제 라는 표현으로 나타내어 대결에 대한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작성한 홍보 문구를 Gemini에게도 다듬어 달라고 요청했고, 최종 공지 전에는 운영진 내부 채널에서 피드백을 한 번 더 거쳐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설문지 글드컵 참여 설문지에도 소개 문구를 적었다

참여자 모집은 당연하게도(?) 구글 폼을 이용했으며, 본인이 작성한 글 하나를 선정하여 기술 또는 비기술 토너먼트 중 한 분야를 골라 글또 10기 활동 기간 중 제출한 글을 하나 선정해서 링크로 제출하게 했습니다.

평가 프롬프트 다듬기

글드컵의 핵심은 AI에게 글쓰기 대결의 심판 역할을 맡기는 것 인 만큼, 평가 프롬프트 다듬기는 필수적인 과정이었습니다. AI가 글을 평가하는 데 있어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죠.

프롬프트는 크게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구성했습니다.

프롬프트 대충 5,000자 정도의 프롬프트를 작성했다

  • 역할 및 상황 설명: AI에게 글드컵 대회를 소개하고 두 글을 비교 평가하는 상황을 상세히 설명, 심판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한 뒤 AI에게 기대하는 평가 태도와 목표를 설정
  • 평가 항목 및 배점: 큐레이션 팀에서 사용하던 평가 항목들을 제공
    • 글의 구조적 완성도 (30점)
    • 내용의 독창성과 전문성 (30점)
    • 가독성과 표현력 (20점)
    • 독자 친화성 (20점)
  • 예외 상황 처리: 기술/비기술 토너먼트 별 가중치 조정 및 동점자 발생 시 처리 방법 안내
  • 포매팅 지침: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노션에 바로 붙여 넣을 수 있도록 마크다운 포맷으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
  • 후속 프롬프트 안내: AI가 다음 대결을 위해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 안내

이렇게 작성한 프롬프트 그 자체도 AI에게 다시 다듬어달라고 재귀적으로 요청하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준비 훌륭한 글쓰기 대결 심판으로 조련(?)시켰다

이렇게 AI에게 심판 역할을 부여했다면, 그다음부터는 대결 진행에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면 AI가 스스로 대결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매칭 정보와 참여자, 글의 링크, 글 제목을 제공하면 AI가 해당 글을 읽고 평가를 진행하는 방식이었죠.

매칭 결과 매칭 정보를 제공하면 추론 과정을 통해 그 결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출력 포매팅을 마크다운 방식으로 지정해 두어서,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노션에 바로 붙여 넣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대시보드 제작 시에도 큰 도움이 되었죠.

참가 접수

참여자 목록 참여자 목록

프롬프트 다듬기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글드컵 참가자 모집글을 공개적으로 올렸습니다. 약 9일간의 모집 기간 동안 총 65명의 글또 멤버들이 글드컵에 참여 신청을 해주셨고, 기술 토너먼트에는 39명, 비기술 토너먼트에는 26명이 지원해 주셨습니다. 글또 10기 활동이 이미 종료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글드컵 신청 마감 기한까지 작성된 글도 참여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했는데, 이 글드컵 참여를 위해 새로 글을 작성해 주신 분들도 계셔서 감동이었습니다. 글드컵이 단순히 기존 글을 겨루는 대회를 넘어, 누군가에게는 글쓰기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느껴졌거든요.

신청서에는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글을 선택한 이유도 함께 물어봤는데, 그 이유가 다양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몇 가지를 꼽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장 공들여 쓴 글이라서
  • 글빼미(AI 피드백 봇)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글이라서
  • 오로지 글드컵을 위해 새로 작성한 글이라서
  • 본인의 철학을 담은 글이라서
  • 제목이 가장 눈길을 끄는 글이라서
  • 글을 쓰는 과정이 즐거웠던 글이라서
  • 큐레이션에 선정된 기록이 있어서

이처럼 각자의 기준과 사연으로 선정된 글들이 모이면서, 저 역시도 글드컵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져갔습니다. 참여자들의 글이 어떤 대결을 펼칠지, 그리고 AI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갔죠.

대시보드와 대진표 제작

대회 결과를 총 5일에 걸쳐 참가자들에게 배포해야 했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용이하면서도 추가적인 코딩 작업이 필요 없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결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노션을 활용해 대시보드를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시보드 제작한 대시보드. 상단에는 대진표, 하단에는 각 대결 별 상세 결과 페이지를 구성해 놓았다

대시보드의 상단은 대진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하고, 하단에는 각 경기에 대한 상세 결과를 표로 정리해서 별도의 추가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진표 Gemini를 이용한 Mermaid 대진표 코드 생성

대진표 제작에는 Mermaid 를 활용했고 이 부분에서 Gemini의 도움 을 많이 받았습니다. 참여자들의 이름 목록과 원하는 대진표 형식을 Gemini에게 전달하자, 금세 Mermaid 문법으로 작성된 대진표 코드를 생성해 주었거든요. 이 코드를 노션에 붙여 넣으면 자동으로 대진표가 뚝딱 생성되었습니다. 만약 이걸 제가 한땀 한땀 수작업으로 작성했다면, 아마도 몇 시간은 걸렸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가자 수가 정확히 2n2^n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부전승 처리가 필요했습니다. 특히, 부전승의 숫자가 좌우 트리에 최대한 균등하게 배분되도록 배치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AI는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런 점에서는 수동으로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더라구요.

하지만 반복적이고 시간을 많이 소모할 수 있는 대진표 초기 스케치를 AI가 빠르게 생성해 준 덕분에, 전반적인 작업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대결 진행

대결 진행을 위한 스크립트 대결 진행을 위한 스크립트

대진표가 최종 구성된 후에는, 결과 발표일 전까지 모든 대결을 미리 진행해 두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희선님께서 정해진 대진표에 따라 AI에게 전달할 프롬프트를 뽑는 작업을 스크립트로 정리해 주신 덕분에 작업은 한결 수월했습니다. 그 후, AI가 평가한 대결 결과를 대시보드에 옮겨두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노션 노션에 옮겨둔 대결 결과 상세 페이지

약간의 노가다(?)성 작업이 있었긴 하지만, AI가 제공한 결과물이 노션에 바로 붙여 넣을 수 있도록 마크다운 포맷으로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 공개

결과 공개 하루하루 진행되는 대결 결과 배포를 매일 슬랙에 공유했다

이렇게 해서 8강까지는 모든 대결을 미리 진행하고, 결과를 정리하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건 대진 결과를 슬랙에 공개하는 것이었죠. 준비한 일정에 맞추어 대진 결과를 슬랙에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회 시작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

대진표와 함께 생존자들의 명단(?)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보이자 참여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저희는 주접과 호들갑을 많이 떨어달라 고 부탁하며 축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대진표 업데이트 매일 업데이트된 대진표

64강, 32강, 16강이 진행되는 동안은 매일 대진표를 업데이트하고, AI가 제공한 결과를 노션에 옮겨두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다행히 하루 5~10분 정도의 반복 작업으로 마칠 수 있었죠.

승부 예측 이벤트

승부 예측 이벤트 승부 예측 이벤트

8강부터는 라이브 행사로 대결을 진행하기로 했기에 승부 예측 이벤트도 기획했습니다. 토너먼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거나 일찍 탈락한 분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치열해지는 승부를 재미있게 관람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습니다.

승부 예측의 참여 대상과 방법에 대해서도 희선님과 많은 논의를 거쳤습니다. 최종적으로 8강 대진 승부 예측 및 우승자 예측을 사전에 미리 받아서 그 결과에 따라 점수를 준 뒤 순위를 매기기로 결정했습니다. 희선님께서 사전에 구글 폼으로 설문을 받고,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승부 예측 점수를 계산하는 스프레드시트를 작성해 주셔서 이벤트를 쉽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라이브 행사

행사 직전 행사 직전 희선님과

어느덧 16강 결과까지 발표가 된 후, 저는 희선님과 오프라인에서 만나 8강 라이브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행사 30분 전부터 게더타운으로 방송 세팅을 시작했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논의했죠.

사실 금요일 밤이라 혹시나 관람자가 적을까 봐 걱정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20명 가까이 되는 분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는 것을 보니 긴장되고 목이 타더라고요.

방송 시작 후에는 행사 소개와 함께 프롬프트 공유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대결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화면 공유를 통해 실시간 대전 결과를 방송으로 공유하는 동안, 희선님이 옆에서 다음 대결에 필요한 프롬프트를 미리 만들어 주셔서 꽤나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오류 ?? 아니 원래 안 그랬잖아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라이브 행사 진행 도중 Gemini가 갑자기 크롤링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글 링크를 입력했는데도 내용을 읽어오지 못하고 대결을 진행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뱉어냈죠. 행사 처음부터 문제가 생겼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이전 대결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일시적인 오류라고 생각했지만, 몇 번을 시도해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대회가 잠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짧은 시간 내에 크롤링 요청을 너무 많이 호출해서 문제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수십 명이 라이브로 지켜보는 상황에서 대회가 갑자기 중단되니 상당히(…) 곤혹스럽더라구요. 리허설은 물론 이전에는 전혀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결국 대회가 중단된 상황을 설명하고, 남은 대결을 진행할 수 있는 다른 AI 모델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ChatGPT를 이용해 나머지 대결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죠.

아쉽게도 구독 중인 ChatGPT는 유료 모델이 아니어서 추론 과정을 볼 수는 없었고, 단순 결과물만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라이브가 끝날 때까지 Gemini는 여전히 외부 글을 읽어오지 못했습니다.

라이브 라이브 행사를 마무리하며

예상치 못한 방송 사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무사히 라이브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확인하는 게 진행하는 입장에서 재미있는 포인트였습니다. 댓글들은 나중에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모든 내용을 저장해 두었죠.

1시간 반 정도에 걸친 라이브 방송을 마치고, 희선님과는 서로 진짜 고생 많으셨다 며 응원과 감사의 인사를 나눴습니다. 몸과 정신은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라이브에 참여하셨던 성윤님께서도 나중에 고생 많았다며 따로 선물까지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최종 우승자 공지

최종 우승자 공지 치열한 경쟁을 뚫은 최종 우승자 공지

행사가 끝난 후에는 최종 대진표를 업데이트하고 각 토너먼트의 우승자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축하의 인사와 함께 상품도 전달해 드렸습니다.

우승자 소감 수상자 분들이 소감도 남겨주셨다

우승자분들께는 축하의 인사와 함께 상품을 전달해 드렸고, 감사하게도 우승 소감도 남겨주셨습니다. 또한, 라이브 방송 시 진행했던 대결 결과물까지 대시보드에 모두 업데이트하면서 글드컵의 모든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후기

포스터 행사의 진행

글드컵은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지만 준비 기간을 포함해 2명이서 약 한 달 동안 준비한 꽤나 큼지막한 행사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준비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느낀 점도 많았습니다.

우선은 제가 떠올린 엉뚱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체화하고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뿌듯함을 느낍니다. 특히 제가 아끼고 애정하는 커뮤니티의 마무리를 기념하는 행사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분들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봐 주셨다는 점, 긴장감 넘치면서도 즐거운 대결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만, ‘한 번 쓰고 말 것’ 이라는 생각으로 진행하다 보니 많은 작업들을 수동으로 처리하게 됐는데, 그것들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는 점은 아쉬운 포인트로 남습니다. 물론 필요했다면 이런 작업들을 자동화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회용 코드를 짜는 것도 귀찮아서 그렇게 하지 않았죠. 만약 대회 템플릿 자체를 자동화 할 수 있었더라면, 이런 대회를 더 자주, 더 쉽게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자면 매 제출 회차마다 토너먼트 대결을 진행하는 식으로요.

기술적으로는 AI를 이렇게까지 행사에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크게 느꼈습니다. 포스터 제작부터 홍보 문구 제작, 나아가 기획, 디자인, 개발 전반에 걸쳐 AI가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 일상과 업무에 AI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애초에 AI가 없었다면 이 행사의 진행이 불가능하기도 했구요.

이렇게 해서 AI와 함께한 글쓰기 토너먼트 대회, 글드컵의 준비 과정과 진행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이번 행사의 진행과 기획을 함께 도와주신 희선님께 특히나 더더욱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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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재그지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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