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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 읽는데 14분 소요

실패를 통과하는 일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Book


6월에는 올해의 두 번째 책을 읽었습니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책 4권 읽기였는데, 6월까지 2권을 읽었으니 아직까지 계획에 큰 차질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예전만큼 기술 포스트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어서, 점점 독후감 블로그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긴 하네요… 😓 다음 포스트는 좀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작성해 볼 예정입니다.

책 표지 언젠가 한 번 꼭 읽고 싶었던 책

이번에 읽은 책은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PUBLY)의 일대기를 담은 『실패를 통과하는 일』입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한때 제가 퍼블리의 고객이자 콘텐츠 생산자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퍼블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였습니다. 당시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공용 계정으로 퍼블리를 구독하고 있었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퍼블리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구요.

당시의 저는 개발 외적으로도 일을 잘하는 사람 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고, 직접 기술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콘텐츠 생산자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일을 잘하기 위한 고민과 노하우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퍼블리의 콘셉트는 꽤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퍼블리가 랜선 사수 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기도 했구요.

퍼블리 유료 멤버십 구독 화면 2021년부터는 개인 계정으로 유료 멤버십도 구독함

그렇게 퍼블리를 통해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유익하게 읽은 기억이 남아 있어서 이후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개인적으로 퍼블리 멤버십을 구독하며 콘텐츠를 읽었습니다.

그러다 2022년, 저는 글 쓰는 개발자 커뮤니티인 글또를 통해 퍼블리에서 커리어리(Careerly)라는 개발자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글또의 성윤님이 커리어리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계셨는데, 마침 커리어리에서 큐레이터를 모집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지원해 보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평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퍼블리의 서비스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원을 했죠. 덕분에 2022년부터는 커리어리 큐레이터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개발과 관련된 콘텐츠를 꾸준히 공유하면서 팔로워를 5천 명까지 늘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산한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고, 저에게도 큰 동기 부여가 되었구요.

커리어리 팔로워 수 변화 2023년 팔로워 2천 명을 기념하며, 그리고 2026년 현재

이후로도 꾸준히 커리어리 큐레이터로 활동했지만 서비스의 쇠퇴기를 겪으면서 큐레이터 활동은 2025년을 끝으로 종료되었습니다. 퍼블리 및 커리어리와 함께한 시간이 제 성장기에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죠.

퍼블리의 타임라인 퍼블리의 타임라인

그래서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그 내용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한때는 고객으로, 한때는 큐레이터로 함께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언젠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러다가 이번 기회에 책을 읽게 되었고, 그 내용을 정리하며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 책은 창업 과정에서의 좌충우돌을 다루고 있지만, 제가 궁금했던 것은 창업 그 자체보다는 제가 사용해온 서비스가 어떤 과정과 고민을 거쳐왔는지에 가까웠습니다. (사실 저는 창업에는 큰 관심이 없거든요…) 바깥에서 보던 서비스의 안쪽에는 어떤 의사결정과 실패, 그리고 배움이 있었을지가 궁금했구요.

이번 포스트를 통해 퍼블리 또는 커리어리라는 서비스를 사용해 보신 분, 그리고 스타트업 창업부터 매각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알고 싶으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창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 소개

책 표지

이 책은 퍼블리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박소령 님이 쓴 책입니다. 10년간의 창업이라는 여정에서 겪은 도전과 성공, 선택과 실수, 그리고 매각에 이르기까지의 서사를 다룹니다.

이 책은 창업의 성공담을 정리한 책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은 실패와 성찰, 그리고 그로부터 배운 점을 공유합니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나는 소위 ‘유니콘 스타트업’을 만든 것도 아니고, 상장이나 매각을 통해 성공적인 ‘엑시트’를 달성한 것도 아니다. 매해 이익을 내고 법인세도 내면서 차곡차곡 성장하는 알짜배기 회사를 만들지도 못했다. 내 손으로 시작한 회사를 내 손으로 끝을 낸 것이 전부다. 그러므로 이 책은 성공담이 아니다.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창업자가 그만둘 때
  • 창업자가 시작할 때
  • 펀드레이징
  • 공동창업 (시작을 함께하는 사람 vs. 끝을 함께하는 사람)
  • 전시 CEO로 산다는 것
  • 자원배분의 문제 (100억 원 이상의 돈이 생겼을 때)
  • 레이오프
  • 주주 관계의 본질
  • 끝을 향한 여정 Part 1
  • 끝을 향한 여정 Part 2

각 장은 당시 시간의 흐름을 개조식으로 빠르게 기록한 나의 기억 과, 그 시간을 지금 와서 되돌아본 지금의 성찰 이 반복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권의 책 안에서 당시의 시점과 지금의 시점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분량은 330쪽 정도이며, 저는 평일과 주말에 틈틈이 시간을 내 읽어서 완독까지 1주일 정도 걸렸습니다.

다만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스타트업 씬과 퍼블리, 커리어리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 수월하게 읽었지만, 관련 배경지식이 없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고 정리한 내용

다음은 책을 읽고 정리한 내용입니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제가 읽으면서 느낀 점과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창업자가 그만둘 때

1장에서는 저자가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을 다룹니다. 콘텐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믿고 시작한 창업이었지만, 투자 냉각기와 잘못된 타깃 설정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합니다.

저자는 이를 돌이켜보며 위급한 상황에서 119에 전화를 하듯, 본인만의 119 시스템 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느낀 유일한 후회는 2023년 6월에 상의했던 조언자 그룹이 좀 더 넓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점이다. … 동일한 사안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주는 조언자 그룹을 구축하는 것이 좋고, 만약 다들 유사한 의견을 준다면 조언자를 더 확장해야 할 신호임을 알게 되었다.

- 46p

또한 저자는 인간의 본성과 시장의 크기를 고려했더라면 어떤 회사가 만들어졌을지 궁금해하며 본인이 시장을 계몽하려 했던 태도 역시 실패의 원인 중 하나였음을 깨닫습니다.

큰 성공을 거두는 사업일수록 인간의 본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머리가 번쩍 트이는 듯했다. 그전까지 우리가 해온 사업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즉 우리의 콘텐츠로 고객을 ‘계몽’하려는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 50p

창업자가 시작할 때

2장에서는 저자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다룹니다. 미디어와 콘텐츠 분야에서 강한 흥미를 느꼈지만 한국에서 이러한 직종으로 구직이 쉽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고민을 하던 저자는 ‘본인의 판’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창업이라고 판단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됩니다.

창업은 저자에게 있어서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하는지는 모르고 말이죠.

밖으로는 화려한 공작새처럼 깃털을 추켜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몸을 보호해줄 등껍질조차 없는 민달팽이 같은 존재야말로 대표가 아닐까. … 리드 호프먼이 말한 “창업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해 나아가는 것과 같다”는, 실로 내 이야기였다.

- 69p

이러한 고난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저자는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얻는 배움과 성장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으며, 오롯이 본인만의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무적’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결국 창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매일매일 답을 내야 하는 일이라고. 그렇기에 지난 10년을 보내며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해낸 ‘나 자신’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흉내 낼 수도 없는, 오롯이 나만의 것이기도 하다.

- 76p

펀드레이징

3장의 핵심은 프리 A 단계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저자가 겪은 압박감입니다. 회사는 입소문을 타고 잘 성장하고 있었지만, 들쭉날쭉한 매출로 인해 저자는 펀드레이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자신만만했지만 결과를 내기 쉽지 않았고, 목표 금액을 힘겹게 달성하며 대표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익히 들어왔던, 스타트업 대표의 역할은 “돈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장이었습니다. 저 역시 창업자가 꼭 대표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회사에 더 크게 공헌하는 방법이 있다면 역할을 위임하거나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창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돈과 사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이 변화하는 시기에는 사업의 디테일을 챙기는 데 온통 에너지를 쓰느라, 돈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뒷순위로 밀리기 쉽다. … 지금 되돌아보면, 나는 창업자의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창업자라면, 그것도 초기 스타트업의 창업자라면 A부터 Z까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이 세 가지 사이에서 교집합을 찾아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91p

공동창업

4장에서는 퍼블리의 공동창업자와 끝까지 함께한 동료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처음에는 뜻이 맞는 공동창업자와 함께하면서 두려움과 불안감이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비스가 예전 같지 않아졌고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이어서 회사의 끝까지 함께한 HR, 재무, 제품 담당자 세 명을 소개하며 감사함과 함께 본받고 싶은 점을 이야기합니다. 시작을 함께하는 사람과 끝을 함께하는 사람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어려운 시간을 함께 통과하는 사람이 조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이었습니다.

저자는 동업과 결혼이 비슷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업자를 찾을 때에도 고통을 함께 견딜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 고통을 함께 견딜 수 있는가? … 이런 맥락에서 ‘어떤 일의 끝에 다다랐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그 사람이 고통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좋은 리트머스 테스트다. …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과거의 어떤 행동은 앞으로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 둘째,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인가? …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가치관, 능력, 태도 등 다양하지만,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둘 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는가이다.

- 117p

또한 저자는 공동창업과 동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본인이 배운 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 결정적 순간은 무조건적인 신뢰를 느낀 순간
  • 동업자로 고려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사람, 돈, 미션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기
  • 동업자로 고민한다면 함께 일해보기
  • 함께 일하기로 했다면 계약서에 들어갈 내용에 대해서도 대화를 반복하기
  • 믿을 수 있는 변호사를 통해 누락될 수 있는 항목 꼼꼼히 챙기기
  • 의사 결정권을 5:5로 나누지 않기
  • 동업자를 회사의 일원으로 공정하게 대하기
  • 끝을 미리 고민해보기
  • 즉시 답변하지 않기
  • 속마음을 밑바닥까지 탈탈 털어놓는 대화하기

전시 CEO로 산다는 것

5장에서는 퍼블리가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을 경험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저자는 새로운 고객층을 찾아내고 타깃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잘하고 있는 부분을 더 잘하게 만드는 것보다 고객의 아픈 부분을 긁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발견합니다. 책에서는 이를 비타민과 진통제에 비유합니다.

벤처 기업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대부분 예상치 못했던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고객이 예상치 못한 용도로 구매할 때이므로, 이런 것을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하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140p

바쁜 와중에도 정기구독 사업을 안정화하고 지표를 공유하면서 퍼블리는 빠르게 성장합니다. 저자는 이 시기의 성장이 고객에게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돌아봅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변화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인간의 본성에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 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과를 만들기까지의 과정 역시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표는 그 리스크를 견뎌내야 합니다.

고객에게 집중하여 성과를 만들어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변화를 추구하는 데는 불확실성이 따른다. 투입한 돈과 시간, 노력 대비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수많은 리스크, 나아가 실패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인간 본성과 싸워 이겨내야 한다. 이런 일들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 우리가 아는 위대한 창업가들의 하루하루가 아닐까 생각한다.

- 142p

이 장에서는 평시 CEO와 전시 CEO라는 개념도 소개됩니다. 평시는 회사가 시장에서 큰 폭으로 우위에 있는 상황을 말하고, 전시는 생존의 위기가 임박한 상황을 말합니다. 전시 CEO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과하게 행동해야 하는데, 저자는 특정 상황에서는 전시 CEO처럼 행동하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합니다.

첫 번째는 몸이 편해지고 싶다는 본능적인 이유였다. … 두 번째는 법인 통장에 들어온 투자금이 주는 정신적 게으름 때문이었다. …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 146p

자원배분의 문제

6장에서는 큰 투자를 받은 이후, 저자가 기존 사업에 집중할지 커리어리라는 신규 사업에 집중할지를 고민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저자는 네트워킹과 채용 시장의 크기를 고려해 커리어리에 투자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회사에서 네트워킹과 채용까지 이어지는 회사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시리즈 B의 함정에 빠졌다고 회고합니다. 네트워크 기반 시장은 선점자 독식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회사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눈치, 얼어붙은 시장, 명확한 목표 설정의 부재가 겹치면서 적절한 시점에 손절하지 못했다고 돌아봅니다.

무엇이든 ‘시도’를 할 때는 기한과 목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그 시도를 판단할 수 있다. 언제까지 무엇을 달성하면 당근을, 반대로 언제까지 무엇을 달성하지 못하면 채찍을 줄 수 있다는 계획이 동반되어야 시도가 의미를 갖는다. 특히 후자, 즉 손절 라인에 대한 계획이 더 중요하다.

- 172p

이 장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시장의 크기만큼이나, 그 사업을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해보지 못했던 것이 후회로 남는다고 말합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에서 ‘지피지기’란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나는 적을 파악하려고만 했지, ‘나’를 아는 것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때 나에게 해야 했던 딱 하나의 질문은 바로,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이걸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좋아하나?”였다.

- 179p

많은 돈을 투자받으면 선택지가 넓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그만큼 더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자원배분의 문제는 돈이 부족할 때뿐만 아니라, 충분한 돈이 생겼을 때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이오프

7장의 핵심은 사업 모델의 변화와 그 과정에서 단행한 레이오프입니다. 퍼블리는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서 잘 팔리는 콘텐츠를 파는 회사로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저자는 이를 작품이 아니라 상품을 파는 일로의 변화라고 설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방향과 맞지 않는 업무를 정리하게 됩니다. 결국 현금 확보 목적의 레이오프 두 번과 조직 쇄신 목적의 레이오프 한 번을 단행합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채용 기준을 타협했던 점, 그리고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따라 했던 점을 후회합니다. 본인이 원하는 조직상이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나는 어떤 사람과 일할 때 마음이 편안한가?
  • 반대로 어떤 사람과 일할 때 내 마음이 불편한가?
  • 어떤 환경에서 내 퍼포먼스가 극대화되는가, 또는 떨어지는가?
  • 사업 목표를 언제까지 달성하려면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 그때 조직 구조는 어떠해야 하는가?
  • 내가 원하는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타협할 수 없는 영역은 무엇인가? 만약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그때 사업 목표를 수정할 것인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 219p

이 장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좋은 사람과 좋은 대표는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대표라면 때로는 욕을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욕을 먹는 것도 두려웠고, 내 판단이 잘못되었을까 봐 두려웠고, 그릇된 판단으로 결국 레이오프까지 이어지게 만든 과거의 나 자신도 밉고 싫었다.

- 222p

주주 관계의 본질

8장은 창업자와 투자자의 관계가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줍니다. 한때는 동고동락하는 관계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업 성과가 좋지 않아지고 새 투자자들 사이의 의견 불협화음까지 겹치면서 원팀 같은 분위기는 점점 흐려집니다.

저자는 후속 투자를 고려해 투자자의 눈치를 보았던 점을 후회합니다. 결국 회사의 기본인 이익을 내지 못하고 투자금에 의존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생존하려면 투자를 받아야만 해’라고 생각하니 주주의 말 한마디에도 흔들리고, 표정 변화 하나에도 눈치를 보게 되었다. … ‘이익이 뭐가 중요해, 스타트업은 돈 버는 거 나중에 해도 돼’, ‘지금은 폭발적인 성장만 하면 돼. 훨씬 더 큰 꿈을 꿔야 해. 꿈의 크기만큼 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와’ 와 같은 이야기에 취해, 오랜 세월 살아남는 기업들이 보여준 사업의 기본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익을 내면 회사는 성장하고 그렇지 못하면 망한다는 기본을 말이다.

- 242p

자금 조달은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돈이 걸린 관계인 만큼, 투자 전에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 나는 어떤 기업을 만들고 싶은가? 내가 원하지 않는 기업의 모습은 어떠한가?
  • 이 기업으로 어떤 목표를 만들 것인가? 이게 나에게 왜 중요한가?
  • 그 목표를 언제까지 이룰 것인가?
  •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루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247p

끝을 향한 여정 Part 1

9장부터는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저자는 주주에게 회사의 상황을 설명하고, 인수자를 찾기 위해 여러 가능성을 물색합니다.

인수자를 찾는 과정에서는 협상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이때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넘겨주었던 점을 후회합니다. 약자는 잃을 것이 없고 시간이 무기인 만큼, 오히려 먼저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었다고 돌아봅니다.

바로 ‘시간의 주도권’만큼은 본인이 절대 놓지 않는 것. 그는 협상 자리에서 매번 “X라는 상황이 오면 나는 언제까지 Y를 하겠다”는 식으로 말한다.

- 270p

협상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까운 사람뿐만 아니라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에게도 더 적극적으로 연락해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입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도움을 구해야 할 때, … 느슨한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이 더 효과적인 해결책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러므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먼저 조언자 그룹과 대화를 나눠야겠지만, 그다음에 할 일은 명함첩이나 카카오톡 채팅창을 훑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278p

끝을 향한 여정 Part 2

10장에서는 회사를 실제로 마무리하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저자는 회사를 쪼개서 팔기로 결정하고, 매각이 결정된 뒤에도 수많은 절차와 행정적 문제를 겪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사람은 결국 본인이었기 때문에, 저자는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권자를 명확히 지정하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근검절약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매일 쏟아지는데, 그때마다 ‘이걸 책임지고 최종 결정하는 사람이 누구지?‘를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과 ‘느슨하게 돈을 쓰는 것’은 전혀 다른데, 그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바보 같은 시절이었다.

- 310p

에필로그에서는 이 책의 메시지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깨닫게 된 10년의 여정 으로 정리합니다.

결국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어야 후회를 최소화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더 큰 시장과 더 많은 돈이 항상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나에게 잘 맞는 것, 내 영혼을 담을 수 있는 것, 그리고 24시간 내내 생각해도 지루하지 않은 것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습니다.

느낀 점

프롤로그에 나오는 문구 이 책을 읽고 창업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사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인 만큼, 전체적인 분위기는 진지하고 무거웠습니다. 퍼블리와 커리어리는 제 커리어의 성장기를 함께한 서비스였는데, 그 뒤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은 책을 읽기 전까지 알지 못했구요.

특히 저는 커리어리 큐레이터로 활동했기 때문에, 커리어리가 회사의 생존 과정에서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대목을 읽을 때는 왠지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창업자가 겪었을 고통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다 쏟아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후련함도 느껴졌구요.

저는 원래 창업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창업이라는 길이 저에게는 더 멀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불확실한 것을 두려워하는 편이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대단하다고 느낀 부분은 저자의 배경지식이었습니다. 책에는 외부 매체, 도서, 영화, 인물을 인용하며 저자의 감정과 선택을 설명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문장 하나를 뜯어보더라도 그 안에 깊은 식견과 판단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각의 깊이가 일반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는 점에서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다만 모든 인용의 맥락을 알고 있지는 않다 보니, 저자가 의도한 뉘앙스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책을 읽기에 아주 쉽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었구요.

프롤로그에 나오는 문구 프롤로그에 나오는 문구

책의 제목은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지만, 저는 이 책이 결국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혔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일. 결국 이것은 창업뿐만 아니라 인생의 큰 흐름과도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책을 덮고 나서야 이 책의 부제인 비전, 사람, 돈을 둘러싼 어느 창업자의 기록 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이 세 가지가 회사의 존재 이유이면서, 4장에서 소개된 무조건적인 신뢰를 가진 직원들과도 이어진다는 점을 알게 되니 책의 짜임새가 더 훌륭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이미 창업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위로이자 교훈으로 읽힐 것 같아서 추천합니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고 말하는 책이 아니라, 실패를 통과한 사람이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정직하게 복기하는 책이거든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금의 선택이 나에게 맞는 길인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오래 남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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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재그지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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