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스트 주제는 조금 특별합니다. 저번 회고 글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지만, 집필에 참여한 책이 드디어 출판되었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며칠 전에 배송된 따끈한 실물 사진.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온라인 판매 링크가 공개된 날, 개인 SNS를 통해 소식을 공유했고 많은 주변 분들께서 축하해주셨습니다. 작년 9월에 계약서를 쓰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딱 1년만에 끝이 난 장기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만큼 저도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에 감회가 정말 남달랐습니다.
사실 주변에 계신 몇몇 분들께는 귀띔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섣부르게 SNS 같은 데서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건… 좀 설레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름 자제를 한 편입니다. 근데 이게 1년이나 되다보니 의도치 않게 입이 근질거려서 블로그 같은 곳에서 스포일러를 한 게 좀 있네요.
처음 해보는 출판인만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출판 관련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얻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출판 경험에 대한 나름의 회고를 겸해 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주제로 포스트를 써보려 합니다.
이번 포스트를 통해 혹시라도 책 출판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분들께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책 소개
책 『나는 주니어 개발자다』는 다섯 명의 평범한 주니어 개발자들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 입니다. 하지만 각자의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죠.
늦깎이 취업 준비생, 사범대 졸업생, 임베디드, 산업기능요원,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가 모여 각자의 성장 이야기를 썼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산업기능요원과 프론트엔드 개발자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처음으로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겪었던 눈물겨운 에피소드들, 그리고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노력들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의 온라인 서점 브랜드를 방문하시면, 보다 상세한 설명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책 소개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본격적인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타임라인
경험을 기준으로 내용을 쓰려니 아무래도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해보였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뭔가 그려놓고 보니 별로 안 복잡해보이는 것 같아서 약간 서운한데… 흠흠. 뭐 아무튼 썰을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집필 제안
…(끄덕)
이 책은 표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단독 저자가 아니고 공동 저자로 집필했습니다. 사실 처음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은 건 제가 아니고, 다른 공동 저자분이셨던 제이님이셨어요.
당시 출판사 편집장님이 제이님의 회고록을 감명깊게 보셨는지, 주니어 개발자들의 성장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써보시지 않겠냐고 제안을 주신 게 시초였습니다. 당시 제이님이 소식을 글또 4기 슬랙에 공유해주셨는데, 감사하게(?) 저에게도 함께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의외로 깊게 고민을 하지 않고 바로 수락을 했습니다. 수락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책 집필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환상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뭔가 지적이고, 탐구적이고, 전문가다운 느낌이 들잖아요. 심지어 책은 (물리적으로 보관만 잘 한다면) 영원히 지속되는 특성도 갖고 있죠. 그런 이미지 때문에 저에게 있어 책은 기록과 성과를 남기는 데 있어 굉장히 훌륭한 발자취라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태껏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서 살아오기만 했는데… 내가 책을 쓴다고? 내가?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물론 책을 쓰는 게 상당히 오래 걸리고 힘든 일이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다는 건, 실패하더라도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 역시 기술을 깊게 파는 서적이 아니라 에세이에 가까웠기에 해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뭐 까짓 거 해보지 라는 마음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집필 시작
그렇게 저를 포함한 다섯 명의 개발자 분들이 모였습니다. 편집장님은 본격적으로 글을 작성하기 전에, 자기 소개와 함께 본인이 어떤 주제로 글을 쓸 것인지에 대해서 러프하게 줄거리를 작성해서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셨어요.
저는 작년 6월에 작성한 IT 산업기능요원 복무 후기로 개발자 커리어 전체에 대한 회고를 한 번 한 적이 있었기에, 이 내용을 바탕으로 줄거리를 작성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가 아주 어렵지는 않았어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컨펌을 받았고, 다른 분들과 함께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원고 작성
…뭐부터 쓰지?
두 달에 걸쳐서 원고 작성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당시에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책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글을 쓸 시간은 퇴근 후, 그리고 주말이 전부였긴 했는데… 그냥 뭐 시간 나는대로 틈틈이 썼습니다.
원고 작성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확인과 수정을 하고 싶어서 노션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 정도는 현재 상태를 보고하면서 중간 점검을 하기도 했습니다.
에피소드를 다 쓴 후에도 몇 번이고 다시 글을 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주변 지인분들께는 초안을 보여드리면서 한 번 평가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원고를 시간 내에 완성해서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1차 교열
시간이 좀 흘러, 제가 작성한 원고에 대해서 편집장님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와서 다시 살펴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은 글이지만, 감사하게도 격려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분량을 채웠다고 끝이 아니라, 독자가 읽기 좋게 글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글쓰기 과정에서는 퇴고 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출판 쪽에서는 보통 교열, 교정 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시는 것 같더라구요.
제출한 원고에서 오타나 비문, 어색한 부분을 짚어주셨고, 저 역시 제가 제출한 원고를 다시 반복해서 읽으면서 수정을 진행했습니다.
원고 취합 및 2차 교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저자 분들의 원고도 모두 제출이 완료되었습니다. 이 때부터는 전문적으로 저희의 책을 담당해주시는 편집자님이 작업을 도와주셨어요.
공동 집필이기 때문에 각자 작성한 원고를 합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취합 이라고 합니다. 근데 개인 분량을 채우는데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인지, 편집자님께서 취합을 하고 난 후 살펴보니 분량이 상당하더군요. 그만큼 담당 편집자님이 많이 고생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2차 교열을 진행해주셨습니다. 1차보다는 더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수정 사항을 짚어주셨고, 저도 수정할 내용이 더 나오지 않도록 엄청 깐깐하게 교열을 진행했습니다.
디자인 확정 및 3차 교열
그 후에는 책의 디자인을 확정짓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책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만큼 디자인 역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죠. 디자인할 내용은 크게 내지와 표지로 구분되는데요, 이것 역시 출판사에서 담당해주셨기 때문에 저희는 받은 시안을 바탕으로 투표를 할 일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에 2차 교열 내용을 바탕으로 3차 교열을 다시 진행했습니다. 대신 이번에는 내지 디자인이 입혀진 상태였기 때문에, 실제 책으로 출판될 PDF 파일을 바탕으로 교열이 진행되었다는 게 다른 점이었습니다. 원고 흐름이 루즈하지 않게 초안에서 깎여나간 부분이 많기도 했고, 최종본을 만드는 작업이었기에 저 역시도 심혈을 기울여 교열을 반복했습니다.
이 외에도 추천사를 받는 작업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제가 특별하게 한 건 없고, 편집장님과 다른 저자분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편집장님의 도움 덕분에 대단하신 분들의 추천사를 받아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작성
그렇게 책과 관련한 내용은 완성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작성했습니다. 제가 프롤로그를 담당했는데, 프롤로그는 책을 펼친 독자가 가장 처음으로 마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짧은 글이지만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작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해당 내용은 온라인 상품 페이지에서 미리보기로 보실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 읽어봐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끝
그렇게 9월이 되고, 인쇄에 들어감과 동시에 온라인 판매 링크가 공개되었습니다. 이 부분도 사실 출판사에서 담당을 해주셨기 때문에 정확한 과정은 저도 잘 모르지만, ISBN과 작가 등록을 비롯해서 각종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에 책을 판매하기 까지의 과정도 있었기에… 많은 일들이 무대 뒷편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현재는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네 가지 어려움
사실 처음 겪어보는 출판 과정이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네 가지 관점에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글을 쓰는 것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책은 그냥 블로그에 뚝딱 글을 쓰듯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지난 5년 간의 일기를 한 번에 몰아서 두 달만에 쓰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1년이라는 시간동안 하나의 글만을 계속해서 다듬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작성한 글은… 단언컨대 없을 것 같네요. 그냥 나만 보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 아무튼 돈을 받고 팔리는 글이기도 하기 때문에 좀 더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여태껏 써보지 못한 만큼의 방대한 글을 써야 했는데, 사실 여기에 대한 시간적 배분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블로그에 글을 쓸 때에도 하루나 이틀 정도의 시간동안 빡집중해서 글을 쓰는 게 습관이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냥 꾸준히 쓰는 게 습관이 되도록 해야 했습니다. 하루키의 법칙이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매일 20매의 원고를 작성한다고 합니다. 컨디션이 좋다고 해서 더 쓰지 않고, 나쁘다고 해서 쉬지 않고요. 매일 똑같은 패턴을 철저하게 유지함으로서 규칙과 습관을 만드려고 한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법칙을 완전히 지킨 건 아니지만, 이렇게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틀을 잡아 놓는 건 확실히 심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 저는 원고 작성 도중에는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 씩은 글을 꾸준히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회사 일과 글또 활동, 책 쓰기를 병행하려니 지키기가 쉽지는 않았지만요.
분량에 맞추어 글을 쓰는 것
N장 분량 원고를 M일에 걸쳐 써야한다면 이 에피소드는 몇 문단만큼의 분량을 차지해야 하는가…?
공동 집필이다보니 제가 너무 적거나 많은 양의 원고를 작성해서는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양의 원고로 제시된 가이드라인이 있었기에, 여기에 맞추어서 나의 에피소드를 분량에 맞게 작성해야 했죠. 그러다보니 처음 시작을 할 때에도 대충 기승전결에 따라 어느 정도 대략적인 분량 유지를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 역시도 생각하고 있는 내용을 모두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량이 모자랄까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이게 나중에 가면 걸레에서 물을 짜듯이, 머릿 속에서 글을 짜내게 되는(…) 그런 상태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분량에 신경을 너무 쓰게 되면, 쓸 데 없는 주제 전환이 생기거나 너무 디테일한 묘사에 들어가게 되어 글이 지루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제가 교열을 거치지 않고 작성했던 초안은 A4 용지 기준으로 40~50장 정도의 분량이었습니다. 단순 글자수만 세어봐도 8만 3천 글자에 달했죠.
이 때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당장 나한테 닥쳤던 일들을 기억해서 쓰는 것도 힘든데 수백, 수천 페이지의 소설을 쓰는 소설가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글을 짜낸 덕분에 분량이 너무 적어서 곤란을 겪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글을 매끄럽게 쓰는 것
매끄럽다는 건 미분 가능하게 하라는 것… 읍읍
글의 분량도 중요하지만, 글의 품질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복잡한 어휘는 글의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매 문장마다 적절한 어휘/단어/어조를 선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장 간, 문단 간의 흐름이 매끄러운지도 확인해야 할 사항이고요.
의외로 글쓰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문장을 길게 만들거나 복잡한 문장구조를 만듦으로서 글의 품질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쓸 데 없는 비유를 들거나 사족을 붙이는 건 수능 영어 지문 문제 만들기에서나 쓸 법한 방법이죠. 쓸데없는 묘사가 많으면 오히려 글이 저렴해보입니다.
문장과 문단은, 가능하다면 짧고 단순한 호흡으로 가져가야 읽기가 쉽습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했고, 문장이 적당히 길어진다 싶을 때에는 싹둑싹둑 잘랐습니다. 그 후에는 문장의 잘린 단면을 상황에 맞는 적당한 접속사 등을 이용해 잘린 티가 나지 않도록 잘 이어주는 과정이 필요하죠. 흐름이나 분위기가 바뀐다면 문단을 구분하고, 글 내용이 병렬적으로 이어진다면, 독자에게 이 부분은 글이 병렬적으로 이어짐 을 인지시켜서 독서 흐름에 방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단어를 고르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저의 머릿속에 들어와 글을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의 머릿속, 즉 상상 속에 있는 단어를 가능한 정확하게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휘력을 기르는 게 중요한데… 책과 글을 많이 읽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네요. 저도 책을 쓰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어휘력의 부족을 많이 느꼈습니다(ㅠㅠ).
교열하는 것
교열은 울퉁불퉁한 글을 바탕으로 매끄러운 조각을 깎아내는 것과 비슷했다
원고는 두 달에 걸쳐 완성했지만 퇴고는 열 달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물론 그 시간 전체를 퇴고에 쏟은 건 아니긴 하지만,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글을 쓰는 것보다 다듬는 것이 다섯 배 더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하나의 글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을 때 생기는 문제점 중 하나는 본인이 작성한 글 자체에 너무 익숙해져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글과 문구를 수십 번 이상 반복해서 읽다보면, 문맥에서 어색함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저는 이것을 마비가 왔다 라고 부르고 싶은데, 이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본인의 글을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되죠.
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몇 가지 다양한 방법들을 선택했습니다. 원고 작성 도중에는 어제 쓴 글을 오늘 다시 읽어보고, 오늘 쓴 글을 내일 다시 읽어보면서 하루 단위의 셀프 리뷰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원고 완성 후에는 주변 지인 분들께 글을 읽어보고 한 번 평가해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했고요. 마지막으로는 편집자님이 원고 교열을 해주시는 동안, 아예 머리 속을 깨끗이 비워버리고 몇 주 후에 다시 글을 보기도 했죠.
몇 주동안 쉬다가 다시 제가 작성한 글을 들여다보니, 정말 헉 소리 나올 정도로 이상하고 어색한 부분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 분들이라면 많이 아실 거에요. 코드에서 더러운 부분을 보고 누가 작성한 건가 살펴봤을 때, 그게 몇 달 전의 본인이었다는 사실을…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작성한 글이라고 해도 나중에 보면 어색한 부분이 많더군요.
하지만 계속되는 교열에도 불구하고 오타라던가, 비문, 부자연스러운 표현들은 글을 볼 때마다 계속 나온다는 게 함정입니다. 마치 세상에 버그 없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요. 뭐, 그래도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가능한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최대한 글을 매끄럽게 만드는 게 좋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애 나 아기 작가
이처럼 책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기에 힘들었던 부분도 많았지만, 덕분에 이룬 것도 많습니다. 그냥 결과를 맺었다는 것 자체도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내가 작성한 글이 상업적으로 팔리고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출판 이라는 이상 속의 버킷리스트를 하나 깼기도 했고요. 작가라는 타이틀은… 아직까지는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드네요. ㅋㅋㅋ
그래도 가장 큰 의의를 뽑자면 내 20대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하나의 체크포인트가 되는 계기,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제 인생을 담은 책이니까요.
앞으로의 욕심
과정이 길고 험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 저자로 출판 경험을 해보았으니, 요즘은 나중에 단독 저자로 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스멀스멀 들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나 혼자서 책 한권의 분량을 채울 수 있을까? 무슨 주제로 해야 할까? 시간이 있을까? 이런 걱정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닥치지도 않은 일에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관해서만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출판을 생각하고 계신 분이 여기까지 글을 읽고 계시다면… 일단 저질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아, 물론 저지르셨다면 마음 단단히 먹으셔야 합니다. 아주 긴 여정이 될 거에요.